우리의 조상들은 던바넘버(150명) 내외의 부족민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 안에서의 '평등'이라는 개념은 대개 성인 남성들 안에서 지향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반면 그 외의 관계에서는 위계적인 질서를 가지고 있었다.
수렵-채집 생활 속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는 대체적으로 위계적이었다고 한다.
(남편과 아내와의 관계의 위계에 대해서는 몇몇 주장이 엇갈리는 것 같다.)
그런데 그 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연구자도 있다. 인류학자 크리스토퍼 보엠이다.
수렵-채집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아무도 과도한 권력을 갖지 못하게 하도록 모두가 투철하게 노력했다고 한다.
부족원들은 너무 거만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내려 앉히기 위해 비판하거나 조롱, 혹은 뒷담화를 방법으로 썼다는 것인데,
예를 들어, 아프리카의 쿵족에서는, 수완이 좋은 사냥꾼이라면 으스대는 성향을 보일 수 있어,
'고기 모욕하기'라는 의례적인 놀이를 통해 동료의 견제를 받고록 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뭐 이 토끼 나부랭이 정도 옮기는 거 도와달라고 우리를 여기까지 부른거냐?'
이는 부족의 지도자에게도 해당한다.
지도자가 자신의 권력으로 툭하면 싸우고 망나니처럼 굴면,
부족민들이 다른 부족 출신의 원한 관계인에게 그 지도자를 넘기는 것으로 대응한다고 한다.
이처럼 약자들이 힘을 합쳐 잘못된 방향의 강자를 끌어내릴 수 있는 사회였다.
현대사회에서는 어떻게 작용할까?
하지만 그런 사회의 구조는 현대사회에서는 그전처럼 작동되지 않는다.
현대사회에는 지도자층 소수의 인원에게 너무도 막강한 힘(물적, 사회적 자원)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수렵-채집 사회에 비해 현대사회는 이미 던바넘버(150)를 넘어선 인구의 크기이며,
농경이 출현하고 신기술이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무리 난폭한 지도자라도 군대와, 경찰, 무기를 가진 그에게
단순히 수렵-채집 사회의 과거 방식으로는 평등을 구현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하나의 사회가 수용하는 규모가 비교 불가할 정도로 커지다보니,
한 부족 사회에서 면 대 면으로 마주하는 상호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에도 불가한 방식이다.
현대사회에서의 위계질서
이와 같은 현대 사회에서의 평등이란 어떤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위계질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수렵-채집사회는 매우 폭력적인 사회였다. 살인이 더욱 빈번했으며, 사회적 계급에 따른 물리적 폭력도 빈번했다고 한다.
부족 간의 충돌, 남성의 경쟁에서의 충돌 등.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비교적 신체적 능력이 우선시되던 때였던 것 같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사회에는 그 요소들이 훨씬 다양하다.
특화된 분야에서의 전문성과 같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가장 큰 경계선을 둔 사회, 예를 들어 국가라는 사회 안에서도,
여러 그룹을 만들며 작은 또 하나의 작은 사회에 속하게 된다.
이처럼 수렵-채집 사회와는 여러 다른 양상을 보이는 사회에 속하고 있다.
그런 다른 환경 속에서도 우리는 같은 구조의 위계 질서를 가져야 할까?
아마 무리 속에서 우두머리를 두고자 하는 마음을 가진 것은,
과거 우리가 우두머리를 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 중 전자가 더 잘 살아남았기 때문일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우리 사회는 함께 생존하기 위해 뭉친 150명의 부족민이 아니라,
생존 그 자체의 목적이 아닌, 그 외 부가적인 특정 목표를 가지고 모인 그룹이다.
생존을 목적으로 한 그룹에서, 우두머리가 있는 그룹이 더 잘 살아남았다면,
특정 목표를 가진 그룹에서, 우두머리가 있는 그룹이 더 잘 목표를 수행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무리를 이루고 위계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이 남아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이를 따른다고 하더라도 '각 그룹마다의 목적 의식에 맞는' 위계질서는 필요하지만,
그 외의 상황에서 지위 자체에 권력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어려운 주제다. 그래서 인지 더 횡설수설한 것 같다.
참고 문헌: Bloom, P. (2024). 선악의 기원 (J. Choi & S. Kim, Trans.). 21세기 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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