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심리학

무엇이 진화심리학을 낳았는가?

doandraw 2024. 7. 17. 21:06

진화심리학은 그 말처럼, '진화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창조론, 생명의 씨앗설, 진화론 중에서도 말이다.

이 셋 중 유일한 과학은 진화론이다.

진화심리학 또한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과학'이다.

 

마음과 행동을 탐구하는 방식이 '과학적'이기까지는

역사적으로 여러 흐름들로부터 진화심리학은 태어났다.

 

순서 미리보기

1. 다윈의 자연 선택론
2. 다윈의 성 선택론
3. 진화론에 더해진 유전 이론 (그레고어 멘델)
4. 동물행동학 (콘라트 로렌츠)
5. 윌리엄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
6. 조지 윌리엄스 <적응과 자연선택> (1966)
7. 로버트 트리버스의 3가지 이론 (1970년대)
8. 에드워드 윌슨 <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 (1975)
9. 현생 인류의 기원
10. 심리학 분야
11. 해리 할로우의 아기 원숭이 애착 실험

 

1. 다윈의 자연 선택론

다윈 이전에도 진화에 대한 생각은 여러 과학자들에게 있었다.

예를 들면, 생물학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쓴 라마르크는 이렇게 생각했다.

기린의 목이 길어진 것은 더 높은 가지에 매달린 잎을 먹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진화했다고.

라마르크와 다윈의 주장 / 출처: https://brunch.co.kr/@tmqvnf/17

이러한 주장들은 있었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변화(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다윈은 고민했고, '자연 선택론'으로 이를 설명한다.

 

자연 선택론의 필수 요소는 변이, 유전, 선택이다.

진화 과정이 일어나려면 우선 변이가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이 변이들 중 유전되어야만 진화에 있어 역할을 한다. (세대를 거듭하며 전달되는 것은 일부이다.)

유전 가능한 변이를 가진 생물은 자손을 더 많이 남긴다.

이는 그러한 특성이 생존이나 생식(선택)이라는 과업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유전적 속성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생식이 필수적이다.

개체가 생존하고, 그리하여 생식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이거나 낮추는, 유전 가능한 변이의 소유를 통해

차등적 생식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난다.

 

2. 다윈의 성 선택론

성공적인 생존의 결과로 나타난 적응에 초점을 맞춘 자연 선택론.

성 선택론은 성공적인 짝짓기의 결과로 나타난 적응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자연 선택론에 맞춰서 생각해서는 공작의 화려한 깃털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윈은 성 선택론이라는 두 번째 진화론을 만들었다.

 

성 선택론은 2가지 주요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동성 간 경쟁, 두 번째는 이성 간 선택이다.

동성 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개체는 이성에게 접근할 기회가 증가한다.

이성이 배우자 선택에 있어 선호하는 속성을 가진 개체들은 짝짓기의 기회가 증가한다.

 

3. 진화론에 더해진 유전 이론 (그레고어 멘델)

유전적인 관점에서 진화론에 대한 서술은 어려웠었다.

그레고어 멘델 (Gregor Mendel)이 유전이 혼합되는 것이 아니라 '입자'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유전은 부모가 지닌 속성이 서로 섞이는 것이 아니다.

유전자(입자)라는 독립적인 단위의 형태로 자식에게 온전히 전달된다.

 

유전자는 경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게 아니라,

온전히 이전 세대로부터 유전되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어머니, 아버지의 유전자형에서 무작위로 선택된 절반씩을 물려받는다.

이때 유전자는 독립적인 묶음을 이루어 변하지 않고 전달되는 것이다.

 

다윈의 자연 선택론과 입자 유전설이 통합되었다.

 

4. 동물행동학 (콘라트 로렌츠)

동물행동학은 진화론의 관점에서 행동 연구에 초점을 맞추어 맨 처음 생겨난 분야였다.

그 현상 중 하나는 각인인데,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현상 중 하나가 새끼 오리의 각인이다.

새끼오리는 태어나서 맨 처음 눈에 들어온 움직이는 물체를 각인한다.

자신이 각인한 물체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새끼오리는 졸졸 따라다닌다.

로렌츠와 오리 / 출처: https://kormedi.com/200254/시작이-얼마나-중요한지-지적한-각인-이론/

 

이는 어떠한 발달 과정의 결정적 시기에 어떠한 '연상'을 형성하는 것이다.

보통 각인이 일어나는 대상은 어미 오리이다.

새끼오리들이 어미의 움직임에 노출되기 전에는 새끼 오리와 어미 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떠한 연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은 학습을 통한 것이 아니라,

오리가 세상을 마주하기 전 미리 프로그래밍 되어 있었던 기제이다.

말의 발굽이 말이 태어난 평원에 적응한 것이고,
알에서 깨어나기 전에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물에 적응한 것이라는 사실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경험 이전에 우리에게 주어진 인지적, 지각적 범주 역시 환경에 적응한 것이다.
-Lorenz, 1941

 

이처럼 동물행동학은 적응의 중요성을 주목하게 했다.

 

5. 윌리엄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

고전적 적합도란 어떤 개체가 유전자를 전달하는 직접적인 생식적 성공을 자손의 생산을 통해 측정하는 것이다.

포괄 적합도란 어떤 개체가 지닌 생식적 성공(고전적 적합도)에, 그 개체의 행동이 유전적 친족의 생식적 성공에 미치는 효과를 더한 것이다.

유전자 전달 직접적 생식 성공(고전적 적합도) + 유전적 친족의 생식적 성공 = 포괄 적합도

 

윌리엄 해밀턴이 제안한 이 포괄 적합도 이론은,

자연 선택은 직접 자손을 낳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그 생물의 유전자를 전달하게 하는 특징을 선호한다고 가정함으로 시작된다.

 

부모의 보살핌은 자신의 유전자 복제본을 몸에 지니고 있는 친족을 돌보는 행위의 특수해라고 재해석한 것이다.

이는 단순이 부모, 자식 관계 뿐 아니라, 형제자매, 친척 관계도 포함한다.

 

이 이론은 '유전자의 눈으로 바라본 생각'이라고 할 수 있는 혁명이었다.

'내가 유전자라면 어떻게 하는 게 나를 복제하는 데 도움이 될까?'를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6. 조지 윌리엄스 <적응과 자연선택> (1966)

조지 윌리엄스는 <적응과 자연선택>이라는 책을 통해 큰 변화를 가져왔다.

 

첫째, 집단 선택의 힘을 약화시켰다.

집단 선택이란 집단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특징을 지닌 종만이 생존할 수 있음을 말한다.

 

집단 내 먹이 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 자살함으로써 자신을 희생하는 A 그룹,

먹이 공급이 부족할 때도 이기적으로 계속 먹이를 먹어치우는 B 그룹.

다음 세대에 후손을 더 많이 남길까?

당연히 B 그룹일 것이다.

 

둘째,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을 산문체로 해석했다.

 

셋째, '적응'의 개념을 분석했다.

적응은 생식적 성공에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특정 문제에 대해 진화한 해결책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적응이라는 개념은 너무도 쉽게 적용되어버릴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땀샘은 열 조절이라는 생존 문제 해결,

맛에 대한 선호는 영양분이 많은 음식을 잘 섭취하도록 하기 위한 적응일 수 있다.

하지만 날치가 물 밖으로 뛰어나왔다가 다시 물로 떨어지는 것에 대해,

'물로 돌아가기 위한 적응'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는 중력의 법칙으로 더 간단하게 설명이 되는 부분이다.

윌리엄스는 이러한 적응의 개념을 불러올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 (신뢰성, 효율성, 경제성)

 

7. 로버트 트리버스의 3가지 이론 (1970년대)

로버트 트리버스는 해밀턴과 윌리험스의 연구를 바탕으로 획기적인 이론 3가지를 내놓았다.

(1) 상호 이타성 이론 (비친족 사이에서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교환 관계나 거래가 진화할 수 있는 조건)

(2) 부모의 투자 이론 (각 성에서 성 선택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

(3)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이론 (부모-자식은 유전자를 50%만 공유하기 때문에 그 사이 발생할 수 있는 갈등)

 

8. 에드워드 윌슨 <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 (1975)

에드워드 윌슨은 진화생물학에서 일어난 주요 발전들을 종합하고자 하였다.

윌슨은 여러 가설을 제시했지만, 경험적 데이터는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

 

현생 인류의 진화 / 출처: https://www.ibs.re.kr/cop/bbs/BBSMSTR_000000000901/selectBoardArticle.do?nttId=22402&pageIndex=1&mno=sitemap_02&searchCnd=&searchWrd=

9. 현생 인류의 기원

현생 인류의 기원이 되는 역사적 사건들을 살펴보는 것은 진화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하다.

 

빅뱅은 150억 년 전 일어난 우주의 기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후 47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였다.

37억 년 전 최초의 생명이 출현했다.

8500만 년 전 최초의 영장류가 진화했고,

440만 년 전 두발 보행을 한 최초의 영장류인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가 진화했다.

250만 년 전 최초의 석기 도구인 올도완 석기가 호모 하빌리스에 의해 만들어졌고,

180만 년 전 호모 에렉투스가 아프리카에서 아시아로 퍼져갔다.

150만 년 전에는 아슐 공작의 주먹 도끼 (호모 에르가스테르),

80만 년 전에는 조야한 석기류가 사용되었다. (호모 안테세소르)

60만~40만 년 전에는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에 의해 긴 나무창과 초기의 화덕이 사용되었다.

4만~3만 5000년 전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에 도착했고,

3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멸종,

2만 7000년 전~현재까지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 전체로 퍼져가 정착했다.

나머지 호미니드 종들은 모두 멸종했다.

 

현대인들을 두고 양복입은 원시인이라고 한다.

우리는 여전히 호모 에렉투스의 감성을 지니고 있다.

 

10. 심리학 분야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이후, 진화생물학은 큰 변화를 겪었다.

반면 심리학이 걸어간 길은 조금 달랐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윌리엄 제임스 등은 다윈의 진화론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1920년대 심리학은 급진적 행동주의와 손을 잡았다가,

중요한 경험적 발견(해리 할로우)으로 인해

급진적 행동주의의 기반이 약해지자 심리학은 다시 진화론으로 돌아섰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 출처: https://namu.wiki/w/지그문트%20프로이트

 

19세기 후반,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성적 욕구에 기반을 둔 심리학 이론을 제기하였다.

모든 심리 구조가 성적 욕구를 분출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의 중심은 '본능 체계'의 개념이다.

이는 생명 보존 본능과 성적 본능을 포함한다.

다윈 진화론의 두 중요 포인트인 '생존 선택론', '성 선택론'과 대응한다.

윌리엄 제임스 / 출처: https://namu.wiki/w/윌리엄%20제임스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 원리>를 출간했다.

제임스 이론의 중심 또한 본능 체계가 있다.

제임스는 본능이란 다음과 같다고 말했다. 

목적이 무엇인지 미리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사전 교육도 없이,
어떤 목적을 이루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능력
- James, 1890/1962

 

하지만 제임스가 주장한 본능의 종류들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논란이 되었다.

 

본능 때문에 많은 인간의 행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던 제임스와 다르게,

제임스 왓슨은 전에 관련 없던 두 사건을 연관시키는 형태의 학습인 만능 학습 기제를 강조했다.

이후, 스키너는 급진적 행동주의를 들고 나왔다.

행동주의자들은 본능주의자와 반대로 사람의 선천적 성질은 그 수가 적다고 생각했고,

학습 능력, 강화 수반성 등을 강조했다.

 

11. 해리 할로우의 아기 원숭이 애착 실험

급진적 행동주의와 손을 잡은 심리학.

1960년대에 행동주의가 강조했던 학습의 일반적인 법칙들과는 다른 경험적 발견들이 나왔다.

가장 유명한 실험은 해리 할로우의 애착 실험이었다.

 

아기 원숭이가 불안을 느낄 때,

아기원숭이는 먹이를 주는 철망 어미보다 헝겁 어미에게도 향했다.

 

외부의 강화 수반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러한 발견들이 축적되며, 사람의 '머릿 속'을 들여다보는 게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이를 인지혁명이라고 한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어떤 종류의 정보를 잘 처리하는 반면,

다른 종류의 정보는 잘 처리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개념은

진화 심리학의 등장의 기반이 되었다.

 


참고 문헌

Buss, D. M. (2012).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4th ed., C. Lee, Trans.). Woongjin Think Big Co. (Original work published 2012)